지란지교 오치영 대표님이, 자신의 블로그(ODO Bang)에 게재할 글을 요청하셔서 적어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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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비젠에서 인상적인 장면 세가지
 
모비젠 연구소장 김형근입니다.
 
저는 미래만 생각하는 편이라, ODO님의 요청을 받고 과거를 회상하려고 보니 제 PC에 남아있는 모비젠 옛사진이 거의 없네요. 겨우 찾은 게 2008년 10월 워크샵 사진이네요. 김태수 대표는 찍사라서 안보이는 듯...

2008년 10월 워크샵

 
얼떨결에 회사 창립멤버로 참여하면서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화려하게 드러나거나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모비젠이 어떤 회사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줄 만한 장면을 세가지를 얘기하자면 이렇습니다.

(장면1)

"왜 8인분이 왔지? 보세요, 우리 일곱 명이잖아요?"

은퇴하신 이명규 전사장님과 김용남 전부사장님도 있었던 어느 해였습니다.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오기 전, 이듬해 사업계획을 구상하기 위한 본부장급 워크샵을 경기도 어딘가로 갔더랬습니다. 저녁이 되어 주문한 식사가 왔습니다. 그런데 1인분이 더 온 것이었습니다. 배달온 식당 아저씨도 사람 수를 세어 보더니, 8인분 식사를 내려놓고 7인분 가격을 받아갔습니다. 그렇게 우리 일곱명은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1인분은 남은 채로.

이튿날 워크샵 끝나고 돌아가려는 길에, 이명규 사장님이 차를 내려서 어딘가를 뛰어갔다 오는 것이었습니다. "어디 갔다 오셨어요?"라고 물었더니, 이명규 사장님 왈, "생각해 보니 8인분을 주문했던 것 같아. 줄 것은 줘야지." 일찌기 본부장 한명이 불참 결정이 되어서, 우리 모두는 7인 회의라고만 생각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틀림없이 예약 시점에는 8인 회의라고 예약이 되었었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그랬습니다. 모비젠 홈페이지 어딘가에 쓰여 있는 그 "정직한 이윤추구"이라는 키워드가 그냥 쓰여 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속이지 않는 것은 말로 되는 게 아닙니다. 그런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오랫동안 회사에 쌓여 왔습니다.
 
 

(장면2)

"늦지 않게, 지란지교 그룹에 인수되는 이유나 취지를 소상히 사원들에게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향후에 비전도 제시하고, 그래야 사원들이 동요하지 않을 것이고. 있잖아요, 무슨 '신임 CEO의 각오'라든가 그런 거."

신임 김태수 대표는 단호했습니다. "진정성 있는 실행이 더 중요합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비전을 얘기할 수도 있으나, 그것보다는 변하지 않고 정확한 사실을 간결하게 전달하고, 실질적인 후속 행동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선언적 비전을 가다듬었던 이명규 사장님의 경영 스타일에서, 좀더 실질적이고 실천적인 방식으로 일하는 결이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연히 모비젠에는 '실행', '실질', '축적' 이런 단어가 전보다 훨씬 더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제가 예상했던 직원들의 동요 같은 것이 딱 반나절 정도 미약하게 감지되었다가, 그 이튿날부터 평상으로 되돌아 갔고, 그후로 자연스럽게 지란지교 그룹의 일원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진정성 있는 실행으로 얘기한다는 것이 잘 통했던 것 같습니다.

(장면3)

프로젝트가 잘 끝났다고 보고드렸는데, 이세연 부사장님의 얼굴이 일순간 어두워졌습니다.

"부사장님, 이번 과제는 잘 끝났어요. 사용률이 높지 않아서 민원도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 같으니, 발생한 이윤도 유지보수로 소실없이 다 굳을 것 같습니다."

과제를 원활히 마무리하고, 어쩌면 고객사에서 해당 SW가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사정과 함께, 그렇게 되면 과제 종료 후에 오히려 사용에서 발생하는 민원도 안들어오고 해서 편하고 좋지 않겠냐고 했더니, 이세연 부사장님의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고객이 우리 SW를 만족스럽게 잘 써야 프로젝트가 잘 된 것이죠."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고객이 잘 쓰고 만족해서, 다시 우리를 불러줄 때 판단되는 것이지, 당장 프로젝트 하나 딸랑 말썽없이 끝났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SK 텔레콤 직원들이 모비젠을 혹시 SK 텔레콤의 관계사가 아니냐고 오해할 정도로 장기적인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가, 책임감을 강조하고 이런 실질적인 고객만족을 추구했던 것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었고, 모비젠이 어떤 회사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순간들입니다. 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반복될 장면들일 것입니다.

2021-02-15, 코로나를 뚫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길 다짐하면서.